페이머즈 회원들 간 모두의 약속 및 주의사항
본 주의사항은 페이머즈 활동시 모두가 평등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지켜야 할 사항들인 내규를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풀어 쓴 일종의 가이드라인 입니다. 내규에 모두 담을 수 없었지만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상황과 경우에 대한 보다 깊은 내용을 담은 글이니 반드시 정독해주세요!
내규와 마찬가지로, 이하의 사항들은 언제든지 모든 회원들의 논의와 토론을 통해 내용이 발전되고 추가될 수 있습니다.
1. 자기소개 시 이름, 나이, 학교, 학번 등이 아닌 본인을 나타낼 수 있는 다른 것으로 대체해보기

  사람들은 서로를 소개할 때 자연스럽게 ‘저는 무슨무슨 학교에 다니는 몇 학번 몇 살 누구입니다.’ 하곤 하죠? 하지만 이런 식의 자기소개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관계 안에 학력과 학벌, 나이 등의 기준으로 위계질서를 형성하게 됩니다. 그것보다는 자신의 취미나 좋아하는 것, 자신을 대할 때 조심해야 할 것 등을 언급하면서 자신을 소개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2. 나이와 그에 따른 위계, 생애주기 설정 등의 발언 하지 않기

  기본적으로 페이머즈에서는 서로 나이를 말하지 않으며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혹시나 대화를 하다가 나이를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른 당연한 위계 설정이 이루어져서는 안됩니다. ‘내가 나이가 많으니까 말 놓을게 그래도 되지?’ 라고 한다거나 ‘제가 나이가 많으니까 오빠라고 부르세요’같은 것들이 그 예시입니다. 온/오프라인 모임에서의 발언권 등을 나이 순으로 정한다거나, 나이에 따른 예의를 논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n살 or nn대라면 이런 건 해야죠’ 같은 식으로 ‘나이다운’, ‘나이에 맞는’ 행동을 규정하는 발언이나, 특정 연령대의 이미지를 재생산하고 고착화시키는 발언(ex 나이가 어리니 사회생활 경험이 없을 것이다) 등도 하지 않기로 해요!

3. 특정한 교육과정을 거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기

  우리는 은연 중에 모든 사람이 당연히 초, 중, 고등학교를 거쳐 대부분 대학교를 입학했거나 졸업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모든 청소년이 학교를 다니는 것도 아니고, 모든 비청소년이 대학에 다니는 것도 아닙니다. 탈학교, 학벌 거부, 경제 활동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특정한 교육과정과 학교에 속해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김으로써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겠죠!

4. 외모 평가, 성적 대상화하지 않기

  흔히 ‘예쁘다’ 등의 표현을 쓰는 것을 칭찬 혹은 호의의 표현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 말을 듣는 상대방이 그것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외모품평’은 그러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젠더)권력을 지닌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가하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성적 대상화(性的 對象化, Sexual objectification)란 인간에 대해 인격을 배제한 채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존재하는 성적 대상물로 파악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성적 대상화는 상대를 인간으로서의 주체성이 부정되고 주체적인 감정, 생각 등이 배제된 객체로 만듭니다. 대화 중 전혀 관계가 없는 맥락에서 상대의 특정 신체부위나 외모를 강조한다던가, 여성을 ‘꽃’으로 표현하는 것 등이 상대방(특히 여성)을 성적 대상물로 격하시키는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만약 칭찬 혹은 인사의 성격으로 이러한 표현을 많이 써왔다면, 대신에 상대방의 건강이나 취미생활 등에 대해 물어보는 식의 표현을 써보는 것은 어떨까요?

5. 성 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발언하지 않기

  ‘여자라면 그래도 요리를 잘 해야죠’, ‘여자면 화장도 하고 옷도 이쁘게 차려 입어야죠’, ‘가정에서 돈 벌어오는 건 남자 역할이죠’와 같은 발언들은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을까요? 이러한 표현들은 성별을 여성과 남성 둘로만 파악하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을 내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나뉜 성별에 ‘여성/남성다움’, ‘여성/남성의 역할’과 같은 고정관념을 통해 성 역할을 나누고 젠더 규범을 강요합니다. 이렇듯 개개인의 취향이나 의사를 존중하지 않은 채 그 사람의 성별(이라고 생각되는 것)에만 맞춰 역할과 한계를 규정하는 성 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발언은 하지 않기로 합시다.

6. 상대방의 젠더, 성 정체성과 지향성을 함부로 규정/배제하는 발언하지 않기

  많은 사람들이 상대방을 ‘시스젠더-유성애-이성애자’로 (상대의 확인도 없이)규정하고 그에 따라서 다른 성 정체성과 지향성을 당연히 배제합니다. 가령, 상대를 지칭할 때 그 사람의 외양을 보고 ‘여자/남자’처럼 보인다며 상대의 젠더를 함부로 단정하고 본인이 판단한 성별로 부른다거나(‘여성분들’ 등), ‘여자’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남자친구’가 있느냐고 물어보고, (당연히 연애를 하고 있다 or 할 것이라고 가정하고)연애시의 ‘진도’ 속도를 물어본다거나 하는 행위 말이지요.

  이러한 인식이 당연하게 통용되는 공동체에서 위의 스펙트럼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존재가 배제된다고 느끼며, 이렇듯 당사자들의 존재를 지우고 존중하지 않는 것 또한 폭력입니다. 시스젠더-이성애-유성애 중심적인 사고방식에 따라 상대방의 젠더, 성 정체성과 지향성을 부정하고 차별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합시다.

7.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을 비롯한 성폭력 하지 않기

  아무리 친밀한 관계이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사전 동의가 없는/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은 신체 접촉은 성폭력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해주세요!
친밀감의 표현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는 손, 어깨, 팔, 머리 등을 만지거나 손을 얹는 행동도 상대방에겐 원치 않는 신체접촉이 될 수 있습니다.

8. 성소수자인권침해를 하지 않기

  사람들은 이성애중심주의를 전제로 타인을 대하기 쉽습니다. 가령, ‘이성끼리는 못 하는 것을 동성끼리는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말이지요. 동성끼리 손을 잡고 어깨동무를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거나, 같이 있는 공간에서 옷을 갈아입는다거나 하는 행동들 역시 성별에 관계없이 상대방의 양해를 미리 구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한편 어떤 사람이 아무리 커밍아웃을 자유롭게 하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혹은 그 사람이 아무리 젠더감수성이 높은 공동체에 있다고 하더라도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로 타인에 의해 그 사람의 성정체성/성지향성이 공개되는 것 역시 아웃팅임을 반드시 주의해주세요!

9. 상대의 문제제기를 ‘예민’한 것으로 취급하지 말고, 인권차별/침해가 발생했을 때 이를 방관하지 않고 함께 말하기

  활동 중에 인지하게 된 차별적인 발언/행위 등에 대해 침묵하지 않고, 함께 문제제기하고 해당 사안에 대해 같이 토론하고 논의하며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이러한 사건들의 방관과 무시는 또 다른 폭력이 발생하는 환경을 조성하게 되고, 모두가 평등하고 차별받지 않는 공동체를 만드려는 우리의 노력을 무너뜨립니다.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러한 문제의 해결을 원하는 제3자도 언제든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인권침해가 발생했을 때 어느 스탭에게나 해당 사실을 알려주세요. 내규를 기초로 피해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10. 장애인을 타자화하지 않기

  장애는 개개인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비장애인 위주의 사회구조적 인식과 제도, 인프라에 의해 차별로 나타나게 됩니다.

  장애를 결함/결핍으로 취급하고, 시혜적인 입장으로 동정하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도록 합시다. ‘몸이 불편하신데 모임/활동에 참여하실 수 있으세요?’ 같은 발언이나, 장애인을 일반적이지 않고 비정상적인 것으로 규정하는 ‘일반인’ 혹은 ‘정상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장애를 비하하고 차별하는 ‘병신/미친/불구’와 같은 표현도 마찬가지겠지요!

11. ‘가짜/진짜’ 페미니스트 구분하지 않기

  다이어트를 하거나 화장을 하고,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는다고 페미니스트가 아니게 될까요? 특정 행동을 하거나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가짜/진짜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페미니즘의 갈래는 다양하고, 그 가운데 우리가 어떤 행동과 생각을 하느냐 또한 다양하게 나타나게 되겠지요! ‘완벽한(정해진) 페미니스트’란 틀 아래 누군가에게 특정한 굴레를 씌우거나 하는 일 없이, 서로가 각자 선택한 방식을 존중하며 함께 연대해가는 페미니스트라는 것을 생각하고 가짜/진짜의 구분을 하며 개인을 비난하는 일은 하지 않도록 합시다.

12. 술 강요

  한국 사회에서 술이란 서로의 친분을 두텁게 해주는 하나의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사회적 압박을 통해 서로의 자유를 제한하는 억압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는 점!

  모든 행동에 있어서 그 행동을 함께 수행하는 상대방의 의사를 알고 배려하는게 중요한 만큼, 술에서도 함부로 강요를 하면 안됩니다. 모두가 행복한 술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서로를 배려하고, 주의를 기울입시다. 상대가 술을 마시지 않거나 조금만 마시더라도 원치 않는 술 강요는 하지 않도록 해요!

13. 그 외 : 채식 종교 지역 인종 등…

  현대사회에 이르러 인간은 스스로의 신념에 맞추어 삶을 구성할 수 있게 됐습니다.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선택한 생활 방식은 그 자체로 존중 받아야 합니다. 당사자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해진 삶의 요소들 또한 마찬가지겠지요. 채식주의자, 종교인, 타지역 출신자/거주자, 유색인종(PoC)에 대한 혐오발언이 나오지 않도록 서로 노력합시다.

14. 차별/혐오/배제적인 표현 쓰지 않기

  이 문서의 거의 모든 항목에서 이미 언급되었던 부분이지만, 특별히 우리의 언어 생활에서 조심해야 할 부분을 한번 더 강조합니다!

  ‘동성연애자, 고자’ 같은 성소수자 비하발언, ‘급식(충), 애같이 유치하다’ 같은 나이주의에 기반한 아동청소년 비하발언, ‘결정장애, 또라이, 머저리’ 같은 장애인 혐오발언, ‘흑형, 양언니’ 같은 인종차별적 발언들과 더불어 특정 지역/종교/정치성향에 대한 선입견·편견·통념을 기반으로 상대를 비방하는 발언 등에 특별히 주의해주세요.

  특정 성별을 그 성별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 판단되는 성기 혹은 신체부위로 환원하여 지칭하는 것 또한 성별 이분법과 성기환원주의에 기반한 성소수자 인권침해에 해당합니다. ‘걸크러쉬, 브로맨스’와 같이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우고 이성애만을 성애의 기준으로 삼거나, 유성애 중심적인 사고에서 비롯한 발언 또한 쓰지 말아야겠죠!

  이러한 발언들은 너무나도 쉽게 우리의 인식과 사회 속에 혐오/차별/배제/타자화를 심어주고 재생산하게끔 합니다. ‘농담인데 뭐 어때’, ‘이정도 표현 가지고 뭘’ 같은 생각으로 안일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이 역시 엄연히 직접적인 인권 침해이자 폭력임을 꼭 유념합시다.